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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사람들이 억새를 보러 몰려가는 산이 있습니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억새가 파도처럼 흔들리는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라 민둥산을 검색하면 대부분 가을 억새 사진부터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에는 조금 일찍 가보려고 합니다.
억새가 하얗게 피기 전, 산 전체가 아직 초록으로 가득할 때의 민둥산을 보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이 은빛 억새를 기다리는 9월,
저는 그보다 조금 먼저 이번주 주말 민둥산을 만나러 갑니다.
억새가 피기 전 민둥산은 어떤 모습일까?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해발 약 1,119m의 산입니다.
이름처럼 정상부에 큰 나무가 거의 없어 능선에 올라서면 시야가 시원하게 열립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이 넓은 능선을 억새가 뒤덮지만, 그 전에는 또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초록빛 풀과 아직 푸른 억새가 능선을 덮고 있고, 그 사이로 산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이번에 제가 보고 싶은 풍경은 바로 이것입니다.
초록 능선과 파란 하늘, 그 사이를 걷는 사람.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10월의 민둥산도 아름답겠지만 지금만 볼 수 있는 싱그러운 풍경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사진을 찍기에는 초록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 이름이 ‘민둥산’일까?
처음에는 이름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민둥산이라니.
정말 산에 나무가 없어서 붙은 이름일까 궁금했는데 실제로 정상부에는 큰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예전 이 지역 주민들이 산나물이 잘 자라도록 해마다 산에 불을 놓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금처럼 정상부에 나무가 적은 독특한 풍경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7부 능선 정도를 지나면 숲이 끝나고 갑자기 시야가 확 열리면서 넓은 초원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상석 하나를 찍고 내려오는 등산보다 그 능선을 천천히 걷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입니다.
민둥산에는 돌리네도 있습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억새만큼 궁금해진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민둥산 돌리네입니다.
돌리네는 석회암 지대에서 땅이 움푹 내려앉아 만들어지는 카르스트 지형입니다.
민둥산 정상 부근에도 이런 독특한 지형이 남아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넓은 초록 들판이 둥글게 움푹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진으로 보니 제주 오름 같기도 하고, 넓은 고원 같기도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풀이 초록색일 때는 지형의 굴곡이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이번 여행에서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곳 중 하나입니다.
정상보다 오히려 이곳에서 시간을 더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민둥산 돌리네
얼핏 보면 작은 분화구처럼 보이지만 화산지형은 아닙니다. 석회암이 빗물에 녹으면서 땅이 움푹 내려앉아 만들어진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를 ‘돌리네(Doline)’라고 부릅니다. 초록으로 뒤덮이는 계절에는 움푹 팬 지형과 작은 연못이 어우러져 민둥산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예전에 이 사진 한 장 보고 제주도 오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친구와 둘이 버스로 갑니다
이번 민둥산 여행은 친구와 둘이 갑니다.
그런데 직접 운전하지 않습니다.
‘알레’라는 앱에서 민둥산으로 가는 버스를 신청했습니다.
산에 가려고 하면 의외로 등산보다 교통편을 알아보는 일이 더 번거로울 때가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또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갈 때는 편하지만 산행을 마친 뒤 피곤한 상태로 몇 시간을 다시 운전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행버스는 정해진 장소에서 버스만 타면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하다 졸리면 자고, 창밖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민둥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마음 편하게 자도 되고요.
실제로 이용해본 뒤에는 탑승장소·출발시간·가격·버스 상태·민둥산에서 주어지는 자유시간·하차 위치·귀경시간까지 따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처음 이용해보는 만큼 이것도 이번 여행에서 궁금한 부분입니다.
등산보다는 초록을 만나러
이번에는 기록을 세우거나 빠르게 정상에 오르는 산행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걷다가 풍경이 좋으면 멈추고,
사진도 찍고,
친구 사진도 찍어주고,
바람도 좀 맞아보고 싶습니다.
특히 민둥산은 정상부에 올라가면 큰 나무가 없어 능선의 선이 그대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진의 주인공도 사람이 아니라 산의 곡선과 하늘이 될 것 같습니다.
초록 능선 위에 사람이 아주 작게 들어간 사진.
풀 사이로 친구가 먼저 걸어가는 뒷모습.
돌리네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넓은 풍경.
그리고 파란 하늘에 흰 구름까지 조금 예쁘게 떠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민둥산에서 어떤 옷을 입을까?
사진을 생각하면 옷도 조금 신경 쓰게 됩니다. 하지만 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등산복 착용이 가장 편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한 때는 바람막이는 필수로 챙겨가야 할 것 같아요.
산에서는 사진보다 안전과 편안함이 먼저입니다.
등산화나 트레킹화, 등산스틱, 모자, 선크림, 바람막이는 챙겨갈 생각입니다.
민둥산 정상부는 나무가 많지 않아 햇빛과 바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번 민둥산 준비물
이번에는 짐을 너무 많이 가져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 구분 | 준비물 | 체크 |
| 산행 | 등산화 또는 트레킹화, 등산스틱 | ✓ |
| 햇빛 | 모자·선크림·선글라스 | ✓ |
| 체온 | 가을 바람막이 | ✓ |
| 물 | 생수 0.5L | ✓ |
| 사진 | 스마트폰·카메라, 셀카봉 겸 삼각대 | ✓ |
| 배터리 | 보조배터리 | ✓ |
| 간식 | 초콜릿·견과류·라면스프·커피 등 | ✓ |
| 식사 | 새벽에 직접 싼 김밥 | 가장 중요 ㅋㅋ |
| 기타 | 물티슈·휴지·쓰레기봉투·손수건 | ✓ |
그리고 전날에는 알레 앱의 탑승장소와 출발시간,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다시 확인해두려고 합니다.
카메라와 휴대폰, 보조배터리 충전도 전날 밤에 모두 끝내놓고요.
새벽에는 김밥을 쌀 예정입니다
여행 전날 준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았습니다.
김밥 재료 준비하기. 재료 준비는 이미 끝냈습니다.
김, 단무지, 당근, 어묵, 계란, 맛살, 닭가슴살햄
평소에도 자주 해먹는 게 김밥이라 저에겐 김밥 싸는것이 가장 쉽습니다.
저는 여행이나 나들이를 갈 때도 새벽에 김밥 싸는 걸 꽤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전날 사놓은 김밥보다 새벽에 일어나 직접 싼 김밥을 들고 출발하면 그때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 듭니다.
아직 밖은 어둡고,
주방에서 혼자 김밥을 말고,
도시가 깨어나기 전에 집을 나서는 그 시간.
저에게는 그것도 여행의 일부입니다.
이번에는 그 김밥을 배낭에 넣고 민둥산으로 갑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정상 어딘가에 앉아 김밥통을 열어볼 생각입니다.
앞에는 김밥,
그 너머에는 초록 능선.
사진 한 장도 꼭 남겨야겠습니다.
‘새벽에 싼 김밥을 민둥산에서.’
벌써 그 장면이 조금 기다려집니다.
민둥산의 초록이 실제로 얼마나 싱그러웠는지, 돌리네는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멋졌는지, 알레 버스는 정말 편했는지, 그리고 새벽에 싼 김밥은 산에서 얼마나 맛있었는지는 직접 다녀온 뒤 이어서 기록해보겠습니다.
이번 주말,
억새가 피기 전 초록 민둥산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지금은 여행을 떠나기 전의 이 설렘까지 먼저 기록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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