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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찾았던 한옥 카페 야원입니다. 한옥이라기 보다 제주 옛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풍스런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야원의 사장님을 10년전에 알게되서 그 때 이 곳을 찾아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카페를 운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제가 운영했던 카페의 느낌이 고재로 지은 집이었어서 찾아오셨던 손님이셨어요. 이번에는 반대로 제가 야원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를 다녀가게 됐네요. 예전에 이 집을 보면서 카페하면 정말 잘되겠구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카페 내부에는 이미 손님들이 꽉차 있어서 자리가 없을 정도 였습니다.
야원 사장님은 서각하시는 분으로 유명하십니다. 야원이라는 한자의 간판도 직접 쓰고 깎아서 만든 작품이에요!
표선에 있는 카페를 정리하고 구좌로 오면서 야원 사장님과의 인연도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야원이라는 공간도 점점 잊혀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가 알려준 카페가 이 곳이라는 걸 느낌으로 알게됐습니다. 그래서 바로 찾아갔었어요. 마침 비까지 내리고 있어 아주 운치있는 분위기의 공간을 느끼고 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는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주의 전통가옥을 좋아합니다. 돌담, 고재, 나무, 숲, 초가, 이런것들이 저를 제주에 오래 머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자연과 가까운 집일수록 제가 있기 편한 곳인 듯 합니다.
야원은 정원도 잘 가꿔져있어요. 돌과 나무의 조화가 아주 잘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나실 수 있는 고즈넉한 곳입니다.
그런데 입구로 들어와보니 깜짝 놀랬지요, 모던한 느낌이 있는 이 공간은 카페를 하기 위해 새로 확장한 공간같아 보였습니다. 언발란스한 작은 공간에는 모아두셨던 고재로 테이블과 바를 만들고 제주감성을 잇는 장식들로 꾸며놓았습니다. 통유리를 만들어 창밖에 자연을 볼 수 있도록 하였고 구석 구석 남김없이 활용을 잘 한듯해 보였습니다.
주문을 하려고 보니 마스크를 쓰고 계신분이 한분 계셨는데 예전에 알고 있던 모습의 사장님은 아닌듯 해서 주인이 바뀐건가 했었어요. 하지만 여쭤보니 본인이라고 하시더군요. 10년의 세월이 이렇게 못알아볼 정도인가 했습니다.
카페에 손님이 많아 긴 얘기는 못나누고 주문하고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먼저 자리한 곳은 바깥쪽에 새로 만들어진 곳이었습니다. 자리가 없었거든요. 우선 자리를 하고 안쪽을 기웃거리며 자리가 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통으로 잘려진 이 넓은 상판의 테이블은 보기만해도 멋스러운 작품같아 보였습니다.
안쪽에 자리가 나서 창가쪽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앞에 엄마가 앉아 계셨는데 ai 기술로 지웠어요. 옆에 사람 몇 분도 1초만에 싹 지워주더군요, 이런 날들이 언젠가 올꺼라 생각했지만 진짜 대단합니다.
내부의 모습은 제가 앉은 쪽이 전부 통창인데 사람이 많아서 사진은 잘 못찍었습니다. 이 집은 야원 사장님이 직접 인부들과 지으셨다고 하는데요. 서까래부터 기둥, 마루까지 모두 고재로 사용해서 만든 집입니다. 이런 집은 고재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 집을 지었던 분이 바로 제가 운영했던 카페를 지으셨던 분이셨다네요. 그 분은 이미 연세가 오래되셔서 작고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런 집 짓기도 어렵다고 하네요. 이 기술을 아는 사람도 잘 없고, 알아도 힘든 작업이고 어렵고, 고재는 또 비싸기도 하지만 구하기도 어렵고 이래저래 아름답지만 더는 새로 짓기는 어려운 그런집인듯 합니다.
창문 밖으로는 작은 연못도 있고 그 뒤로는 영구 숲이 있어 정말 자연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항아리도 많이 모아놓으셨고, 예전부터도 있었던건데 그대로 있네요, 밖으로 나가면 아기자기한 정원도 만날 수 있지만 비가내려서 나가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이 곳은 비내리는 날 더욱 운치있게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 있는 곳인 것 같습니다.
한지를 이용해 은은한 불빛을 만든 천장의 조명은 참 따뜻함이 내려옵니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 방울들은 이렇게 물길을 만들어 더욱 비오는 날의 풍경을 멋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다 계획하고 만드는 이 집이 정말 어디 하나 흠잡을 때 없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료가 나왔고 음료를 받친 쟁반도 고재로 만들어 테이블과 조화를 이루고 있답니다. 저는 야원 사장님이 이렇게 바리스타까지 하고 계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이시라서요. 커피도 참 맛있게 잘 내려주셨답니다.
쿠키를 서비스로 가져와 잠시 저희 테이블에 앉아 지난 추억을 꺼내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제서야 표선에 있던 제가 운영하는 카페를 떠올리며 옛생각을 더듬으셨어요. 바쁘신 와중에 잠시나마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제주에 처음 이주해 내려왔을 때 운영했던 르쏠레이 카페입니다. 제가 좀 손을 많이 봤어요. 고재의 느낌은 그대로 살렸고 통창을 만들어 창밖 풍경이 잘 내다 보이도록 개방감을 줬었습니다. 마루의 느낌은 저도 참 좋아했던 곳이었네요.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았던 곳인데 또 다른분이 잘 꾸려가고 계십니다.
'르쏠레이'라고 샹송카페를 운영했었던 10년전 제주, 벌써 세월이 이렇게 됐는데요. 그 후로도 다시 카페를 하긴 했지만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성공한다기 보다 오래 유지하며 지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좀 오래 할 수 있는 작은 카페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이런 전통가옥의 느낌을 살리는 집은 못하고 미니멀하게 소박하게 작은 저만의 카페를 새롭게 만들어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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